한방 과잉진료·정비 과잉수리 겹악재
중소형사 일부 손해율 90% 우려
자동차보험 시장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보험료 인하 경쟁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손해율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손해율 격차가 뚜렷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다시 수익성 방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올해 4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단순 평균)은 85.8%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 보험금과 사업비로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80% 안팎으로 평가된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관리'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4월 손해율은 85.4%로 전달 대비 0.3%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올해 초 일부 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효과가 제한적으로 반영됐고, 4월 사고 건수 자체도 다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오히려 더 비관적이다. 손해율 반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를 소폭 인상했지만 이미 과거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원가 상승 압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방병원 등의 경상환자 과잉의료와 일부 정비업체 등의 과잉 수리로 인한 손해액 증가, 5월 연휴 기간 통행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손해율은 추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업계에서는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를 꼽는다.
특히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도수치료·추나요법·장기 통원치료 등이 늘어나면서 경미 사고에도 치료비가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단기간 치료로 끝났던 사고가 장기 통원 형태로 바뀌며 보험금 지급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일부 정비업체들의 과잉 수리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차량 부품 교체 범위를 확대하거나 공임을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보험금 누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입차 비중 확대와 전기차 보급 증가도 수리비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의 경우 경미한 사고에도 배터리 점검·교체 비용 부담이 커 손해액 상승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는 5월 황금연휴 이후 사고율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부처님오신날 대체휴일 등이 이어지며 차량 이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사고 건수 역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통행량과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문제는 이런 부담이 보험사별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손해율 격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우량 고객 비중이 높아 손해율 방어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전국 단위 정비 네트워크와 사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보험금 누수 관리에도 강점을 가진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일부 대형사는 이미 자동차보험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하며 고위험 계약 비중을 줄여왔다.
반면 중소형사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게 되고, 손해율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일부 중소형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미 90%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자본 여력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중소형사는 손해율이 조금만 흔들려도 수익성 충격이 크게 나타난다”며 “자동차보험 시장이 다시 ‘규모의 경제’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차 고개를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험료 조정은 쉽지 않다. 물가 부담과 소비자 반발,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가 공격적으로 보험료를 올리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보다는 손해액 관리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경상환자 치료 기준 강화, 정비수가 관리, AI 기반 사고 심사 고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일부 보험사는 과잉 진료 및 과잉 수리 탐지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다시 ‘저가 경쟁’에서 ‘수익성 방어’ 중심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손해율 안정과 투자이익 확대를 기반으로 이어졌던 보험료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금리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보험영업 자체의 수익성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이익만으로 손해율 악화를 상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보험 시장의 핵심 변수는 하반기 손해율 흐름이 될 전망이다.
경상환자 치료비 증가와 정비수가 상승, 연휴 이후 사고율 확대 등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들의 수익성 부담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안팎에서 “내렸던 자동차보험료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는 배경이다.
